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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누굴까.


 

일상 곳곳에서 해롭게 작용하고 있으며 얼마나 악의적으로 여자들을 이간질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정한 상황이나 조직 안에서 동성 간의 적절한 견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왜 남자들끼리의 견제는 본능이고 미덕이고 건강한 경쟁의식인데 여자들의 그것은 한낱 이기심과 질투와 콤플렉스 문제로

후려치느냐 말입니다.

 

끝까지 파헤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문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관용어는 아주 오랜 전부터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겨왔습니다. 지나온 곳곳에는 생물학적, 역사적, 사회학적 분석이 다양하겠지만, 우리가 공감하는 분석은 바로!

 

남자들은 역사 속에서 늘 크고 중요한 일을 맡았고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 허드렛 일을 맡았다. 남자도 여자도 자니들끼리 견제하고 경쟁하지만, 남자들이 볼 때 여자들이 부딪치는 것들은 대수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성들의 집단에 주어지는 부분이 워낙 적다 보니 작은 이익에도 날을 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 정곡을 찌르는 말이지만 이것도 맞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이 생존을 위해 남자들의 '선택'을 필요로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예나 하인이 주인, 권력자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서로 선택을 놓고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본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울어진 사회가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그런 역사가 있든 말든 '여자는 근복적으로 속이 좁고 질투가 많다'는 식으로 온갖 상황에 이 '여적여' 프레임을 덧씌우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고부 갈등'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이게 가부장제의 문제지 어째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두 여자의 문제인가? 시아버지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 갈등 상황에서는 아내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습니다. 뒤로 쏙 빠져 앉아서 가끔 하나마나한 옳은 말만 하고, 민감한 애기는 '고부'끼리 하게 한다 합니다. 만약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라도 하면 "하여간 여자들이란"하고 혀를 찹니다.

 

'고부 갈등'이라는 단어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며느리의 적은 시어머니가 아니며,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닙니다. 여자를 자꾸 가둬 두려고 하는 세상의 온갖 프레임들이 바로 여자의 적입니다.


*에세이 도서 '하면 좋습니까?'에 실린 글입니다*